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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의 솔직 리뷰/넷플릭스

[사비추천]이별을 보여 주고 있지만, 결국 사랑을 말하는 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결혼 이야기 *스포 있음

넷플릭스에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저희 부부는 이 영화를 무척 기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쩐지, 막상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자 차일 피일 미루며 보지 않았습니다. 내 돈 주고 사 먹긴 조금 비싼 초콜릿을 선물 받아 놓고 매일 박스만 열었다 닫았다 하며 먹지 않는 심리와 비슷하려나요?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사담씨와 같이 연차를 쓴 어느 월요일, CGV에 가서 캐러멜 팝콘과 어니언 팝콘을 반반씩 사들고 돌아와 티브이 앞에 앉았습니다.

영화 포스터 / 사진 출처:네이버 영화

서로의 장점을 나열하는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되고, 단란하고 보기 좋은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요.

저희는 연출자의 의도대로, 저렇게 보기 좋은 부부가 대체 왜 헤어지는 거지? 의문을 품으며 영화 속으로 빠져 들어갔습니다.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으나 영화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가볍고 산뜻했어요. 곳곳에 유머 포인트가 녹아 있어 간간히 소리 내며 웃기도 하고, 긴 대사를 핏대 세워 내뱉는 배우를 클로즈업할 땐 연극을 보는 듯 숨을 죽이고 집중했습니다.

 

극이 진행되면서 '아, 저래서 지쳤구나, 저래서 헤어지려는 거구나' 그들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결론은 오직 하나

사랑이 끝났기 때문

한때는 정말 사랑스러웠던 커플 / 이미지 출처:네이버 영화

오랜 시간 한 공간을 공유하고, 아이를 낳아 함께 키워도, 결국 상대를 완전히 알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저와 사담씨도 마찬가지겠죠?) 내가 알던 그 혹은 그녀는 어쩌면 내가 알고 싶은 그 혹은 그녀일 수도 있습니다. 한창 빠져서 들었던 오지은의 노래,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의 가사가 생각나네요.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날 사랑하고 있단 너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날 바라보는 게 아니고 날 바라보고 있단 너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이혼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부부가 겪하게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남편이 이런 말을 합니다.

"당신도 좋아했잖아, 우린 행복했잖아, 이제 와서 괜히 피해자 행세하지 마"

아마 실제로 아내는 지금 견디지 못하는 모든 이유들을 행복으로 느꼈던 순간이 존재했을 거예요. 그 땐 그를 사랑했을 테니까요. 대부분의 커플은 상대방에게 빠졌던 이유와 동일한 이유로 헤어진다고 하잖아요. 한 때는 매력적으로 보이던 것들이 어느 순간 못 견디게 싫어질 때, 우리는 사랑이 끝났음을 직감합니다.

서로에게 저주를 퍼붓는 중

이혼도 고상하게 할 것 같았던 지성인 부부는 결국 진흙탕 싸움도 불사하며 '진짜' 이별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모두가 피해자이며 가해자였고, 사랑이 끝난 커플이 유일하게 함께 할 수 있는 건 오직 이별뿐이었어요. 그렇게 그들은 헤어졌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에서 아내가 읊조리던 남편의 장점이 쓰인 종이를, 아이가 아빠에게 가져다 주며 끝이 납니다. 글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남편은 눈물을 흘려요. 그걸 뒤에서 지켜보던 아내도 함께 울죠. 굉장히 깔끔한 수미상관 구조였구요, 관객의 입장에서는 끝인 걸 알면서도 다시 미련을 갖게 되는 결말이었습니다. 이들의 이별 원인에는 자존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소통의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제 생각엔 결국, 그 누구의 탓도 아닌, 그저 사랑이 끝났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별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모두가 울컥했을 장면

사담씨와 이 영화를 함께 보길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는 이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의 끝에서 비로소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아카데미상 후보에 지명된 감독 노아 바움백이 파경 후에도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 가족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린다.

영화를 소개하는 글인데 참 공감이 되더라구요. 이별을 이토록 섬세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그린 영화가 또 있었던가요?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지만,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하고 싶네요.

이 영화는 정말, 모두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습니다!